
‘기성품’보다 ‘내가 만든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 흐름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토핑경제’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기본 상품에 개인 취향에 맞는 옵션이나 장식을 더하는 방식이 소비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패션·식음료·유통·뷰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토핑경제는 피자에 원하는 토핑을 얹듯, 제품의 본질은 유지한 채 소비자가 선택과 조합을 통해 자신만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소비 형태를 의미한다. 단순한 커스터마이징을 넘어, 소비자가 상품 경험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토핑경제를 대표하는 사례로는 패션 브랜드 크록스가 꼽힌다.
한때 ‘못난이 신발’로 불리며 혹평을 받았던 크록스는 신발 자체보다 탈부착 액세서리 ‘지비츠’를 앞세워 이미지를 완전히 바꿨다. 소비자가 신발 구멍에 원하는 장식을 끼워 조합할 수 있도록 한 구조는 개성 표현 욕구와 맞물리며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졌다.
지비츠는 단순 부속품이 아닌 브랜드 성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본 제품은 동일하지만, 선택 가능한 토핑이 늘어날수록 소비자 경험은 확장되는 구조다. 이는 ‘완성도 높은 단일 상품’보다 ‘확장 가능한 상품 구조’가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토핑경제는 식음료 업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요아정은 수십 가지 토핑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젊은 소비층의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는 자신만의 조합을 선택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홍보에 나선다. 메뉴보다 ‘조합 결과물’이 콘텐츠가 되는 구조다. 이 같은 방식은 마라탕, 버블티, 커스텀 커피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토핑경제의 배경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강한 자기표현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다이어리 꾸미기(다꾸), 휴대폰 꾸미기(폰꾸), 신발 꾸미기(신꾸), 가방 꾸미기(가꾸) 등 일상 소지품을 꾸미는 문화가 하나의 놀이이자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특정 품목을 넘어 ‘별다꾸(별걸 다 꾸미기)’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꾸미기 대상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소비가 단순한 구매를 넘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역시 토핑경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스포츠·패션 브랜드들은 커스터마이징 매장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자제품과 뷰티 업계에서는 색상·모듈·성분을 선택하는 방식의 맞춤형 상품이 늘고 있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시럽·우유·폼 등을 선택하는 음료 커스텀을 넘어, 텀블러 각인 서비스까지 확대하며 개인화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구매 이후에도 브랜드와의 접점을 이어가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토핑경제의 핵심을 ‘선택권의 이동’으로 본다. 기업이 정해놓은 최적의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조합하고 완성하는 구조로 소비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핑경제는 단일한 히트상품보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생태계를 가진 브랜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상품 자체뿐 아니라,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선택지 설계에 더 많은 고민을 기울이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이어지는 한, 토핑경제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장기적인 소비 구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